찬양에서 다이나믹의 이해(부제: 마커스가 놓친 '주님의 은혜' - Your Grace Is Enough)
교회 음악은 장르 면에서 전통적으로 '클래식'을 따라왔다. 전통적으로 교회는 '합창'과 '성가'를 가까이 해왔으며, 피아노와 오르간, 더러는 현악 등의 클래식 악기들과 가까이 지냈다. 하지만 80-90년대를 지나면서 '교회 음악'의 모습은 달라졌다. 통기타가 들어오고, 드럼이 들어오고, 이제는 '일렉 기타'가 있는 모습마저 자연스럽다(없으면 오히려 아쉬운 오늘이다). 교회 음악은 과거 클래식의 모습에서 밴드 음악의 모습에 더 가까워졌다.
그러다 보니 한국 교회 안에서는 두 가지 음악의 장르적 특성이 공존한다. 클래식적 특성과 밴드 음악적 특성이 함께 나타나는 것이다. 밴드 음악에서는 꼭 '피아노'가 있어야 되는건 아니다. 드럼과 베이스, 일렉 기타만으로도 충분히 음악을 만든다. 신디사이저가 있으면 조금 더 소리를 채울 수 있다. 하지만 찬양에서는 '피아노'가 없는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다. 어딜 가나 피아노 반주자가 있어왔기 때문에 밴드 음악의 장르를 입고도 교회 음악에서는 피아노가 '중요 자리' 내지 '고정 자리'가 되어있다. 실제로도 음악적으로 오늘날의 찬양에서는 피아노 반주자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곡의 도입과 진행을 맞고, 예배의 분위기를 이끈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에서 서로 음악적 장르에 대한 특성 차이가 고려되지 않으면, 아무래도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그 중 하나가 대표적으로 '다이나믹'이다. 음악에서 다이나믹은 음의 고저, 볼륨의 강약, 비트의 빠름과 느림 등을 통해 다양하게 연출이 된다. 그리고 클래식 음악에서의 다이나믹 연출 방법과, 밴드 음악에서의 다이나믹 연출 방법은 많이 다르다.
다이나믹 연출의 차이(feat. 마커스 & 크리스 탐린)
그럼 일단, 말하기 전에 들어보자. 어떤 순서로 들을 때 도움이 될지 고민을 하였는데, 일단 우리에게 익숙한 마커스 버전을 보고 다른 곡을 듣는 것이 도움될듯 하다.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가사가 시작되는 부분(주의 신실하심 놀라워)에서 후렴(주님의 은혜)이 시작되기 전까지의 부분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Yg69xNJYbBQwww.youtube.com
드럼, 피아노, 신디, 일렉, 통기타, 그리고 여러 싱어들로 풍성하게 구성되었다. 인도자는 바쁘게 선창을 하며 찬양이 하나님께 올라가도록 계속 회중들을 독려한다. 들어보면 은혜가 넘친다. 그러면, 내가 말하려는 '다이나믹'은 과연 무얼까? 이번에는 번역되기 전 원곡.....은 아니지만 해당 곡으로 유명한 '크리스 탐린(Chris Tomlin)'의 찬양을 들어보도록 하자. 특히, 전주 이 후 '후렴'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가사'가 나오는 부분이 마커스와는 어떻게 다른지에 주목해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lk93vVropFEwww.youtube.com
드럼, 일렉, 통기타, 베이스, 인도자, 그리고 뒤에 키보드가 보인다. 키보드 연주자는 피아노 소리 보다는 '오르간 소리'를 주로 사용한다. 전형적인 미국 밴드 음악의 사운드 구성이다. 밴드 음악에서는 피아노 소리보다 오르간 소리를 더 선호한다(그렇다고 오르간 소리가 우리나라 찬양에 더 필요하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니 오해가 없도록 하자). 연주자 구성을 보면 '마커스'에 비교하면 소박해 보일 정도이다. 이 중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20초 부터 50초 사이'와 '1분 30초부터 1분 58초 사이'이다. 특히 인도자의 목소리에 나타나는 '다이나믹'을 느껴보자. 마커스 인도자의 목소리와 비교해본다면 상당히 차분하다. 그렇다고 찬양 전체에 다이나믹이 없는 것은 아니다. 초반 '전주'나, '후렴'과 '후주' 부분은 연주자들도 신이 나서 연주한다. 하지만 다이나믹이 내려갈 때, 다이나믹이 빠질 때는 확실하게 빠진다. 연주자의 다이나믹이 빠지면서 인도자가 작게 불러도 회중들에게 더 전달이 잘 되므로, 말하듯이 편한 목소리로 불러도 충분히 전달이 되는 것이다(크리스 탐린 본인도 그러한 표현을 전달하려는지 1분 30초 부분에서는 아예 마이크 가까이에 입을 대고 편한 목소리로 부른다).
마커스와 비교하여 본다면 훨씬 더 적은 연주자 구성으로도 더 생동감 있는 다이나믹을 연출한다. 쉽게 말해 '훨씬 더 신이 난다'. 곡이 끝난 뒤에도 그 흥겨움이 가슴 가운데 여전히 남는다. 반면 마커스를 들어보면, 듣는 당장에는 귀가 즐겁고 신나지만 듣고 나면 무언가 답답하다. 크리스 탐린을 듣고 난 다음에 마커스를 듣고 나면 더 분명하게 느껴진다. 어딘가 모르게 가슴 한 켠에 답답함이 남는다. 인도자의 목소리에서도 다른 차이가 느껴진다. 크리스 탐린은 차분한 목소리로도 회중들에게 찬양을 전달한다. 반면 마커스는 꽉 차 있는 소리에서 인도자의 목소리로 다이나믹을 더해 회중들을 독려하려고 하다 보니, 선창 및 독려하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찬양하는 목소리는 격양된다. 무언가를 더해야 하는데 더할 수 없는 모습이 엿보인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
사실 이런 현상은 마커스에서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한국 교회 음악에서 쉽고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왜 한국 교회의 찬양에서는 이런 문제가 쉽게 보이는 것일까?
이러한 문제를 이해하려면, 한국 교회 음악이 전통적으로 '클래식'에 자리잡힌 상황에서 '밴드 음악'을 수용하게 된 상황을 염두해볼 필요가 있다. 이를 전제로 서로간의 '다이나믹 연출의 차이'에 대해 설명을 해보도록 하겠다.
클래식 음악은 전통적으로 '앰프'와 '확성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악기의 생소리, 사람의 육성 그대로를 홀에 전달한다. 굳이 마이크와 확성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으며, 연주 공간 자체도 애시당초 이것이 가능하게 설계한다. 그러다 보니 악기 연주자가 악기를 '요란하게' 연주하더라도 전달되는 '다이나믹'에는 한계가 있다. '최소 소리'로 전달할 수 있는 소리의 크기에도 한계가 있다. 문자 그대로 '소리가 너무 작으면' 전달되지 않는다. 회중들에게 어느정도 '다이나믹'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목소리와 악기들이 모여 필요한 '볼륨'을 이루어야 한다.
반면 밴드 음악은 기본적으로 확성기, 이른바 '앰프'를 거쳐서 소리를 낸다. 그 소리가 '앰프'를 거치면서 상황은 달라진다. 연주자가 내는 작은 소리도 회중들의 코 앞에서 스피커를 통해 생생히 전달이 된다. 기타 연주자가 코드를 바꾸며 손가락이 줄에 미끄러지는 소리마져도 앰프를 통해 뒷자리 회중에게까지 '생생히' 전달 된다. 싱어가 노래를 부르기 위해 숨을 들이키는 소리 마저도 하나의 다이나믹이 되어 회중들에게 전달된다. 클래식 음악에서는 전달할 수 없는 다이나믹도 밴드 음악은 다이나믹이 되어 전달된다. 피크가 줄을 긁는 미세한 소리마저도 회중들의 귀에 '날카롭게' 전달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다보니 밴드 음악에서는 악기의 '볼륨'으로 나타낼 수 있는 다이나믹의 격차에 한계가 있다. 클래식에서는 순수하게 '볼륨'만으로 다이나믹의 차이를 연출할 수 있지만, 밴드 음악은 악기의 '볼륨'을 통해 표현할 수 있는 다이나믹에 한계가 생긴다.
그래서 밴드 음악에서는 다이나믹을 연출하기 위해 볼륨 대신 음표의 개수, 이른바 '노트(Notes)'의 수를 이용한다. 쉽게 말해 노트 수가 많아지면 다이나믹이 올라가고, 노트 수가 적어지면 다이나믹이 줄어드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러 개의 악기들이 '하나의 앰프'에서 나오다 보니, 각각의 악기들이 사용하는 각각의 노트가 앰프에서는 '하나의 음표'으로 간주된다.
클래식은 연주자 각자의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 그 도화지를 하나로 합쳐서 회중들에게 보여준다면, 밴드 음악은 하나의 도화지를 여러 연주자들이 '공유'하여 그린 뒤 앰프로 크게 확대하여 회중들에게 보여주는 셈이다.
설명이 길었는데, 쉽게 표현해 보자면 '클래식'과 비교하여 '밴드'에서는 표현할 수 있는 음악적 공간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노트(음표)’의 사용을 무척이나 아낀다는 것이다.
마커스 찬양은 왜 답답하게 느껴졌을까?
그렇다면 "주님의 은혜 넘치네"에서 노트 사용과 관련하여 '마커스'와 '크리스 탐린'이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해보자. 소소한 차이들이 보이겠지만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바로 '피아노 건반' 소리이다. 마커스 찬양의 20초 부분으로 당겨서 '주님의 은혜 놀라워' 가사가 끝난 뒤 피아노 건반 노트를 들어보자.
https://youtu.be/d7dW6d2-6B0?si=w9VgZT0Wtj6Yt0Zbyoutu.be
가사가 끝난 후 높은 음역대에서 건반이 노트를 사용하여 꾸며주고 있다. 소리 자체는 화려하고 흠 잡을데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전체 음악적인 구조에서 저러한 '표현'이 다이나믹을 살리는 역할을 한다는 것에 있다. 소리가 이쁘면 이쁠수록, 듣기 화려하면 화려할수록 다이나믹이 살아난다.
음악은 후반으로 가면서 다이나믹이 더 커지고 더 살아나야 한다. 그런데, 초반에 저러한 노트를 사용하여 다이나믹을 살려 놓으면 후반에 가서 살릴 다이나믹이 없어져버린다. 그런데 인도자는 더 다이나믹을 살리고 싶어 선창할 때 목소리를 높이고, 찬양 부르는 소리가 격양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놓고 반주자의 연주가 잘못되었다 말하기는 어렵다. 저러한 피아노 노트가 클래식 음악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저러한 건반 연출이 문제가 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드럼과 베이스 기타, 일렉 기타 소리와 함께 '앰프'에 넣어 연출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다.
그러면 밴드 음악에서 피아노를 사용하면 안되는 것일까? 아니다. 밴드 음악에 어울리는 피아노 연주가 있다. 같은 곡에서 피아노 연주를 사용하는 다른 경우를 들어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OApgGhFbML4www.youtube.com
마커스와 비교하면 도입부 소리는 '크리스 탐린' 처럼 매우 차분하게 들어간다. 싱어의 목소리, 인도자의 목소리가 드러나도록 다른 악기들이 자리를 '비워주기' 때문이다. 연주자 구성은 '크리스 탐린' 보다는 '마커스'에 가깝다. 싱어들도 많고, 피아노도 들어가 있다.
그럼 여기에서 '피아노' 연주에 한번 주목해보자. 마커스랑 비교해보면 무척이나 '단조롭다'. 클래식 피아노 연주자 입장에서 볼 때는 '답답하리' 만큼이나 노트를 아껴서 쓴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아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 한다. 특히 3분 이후 후반대 넘어가면서 다이나믹을 최고조로 끌어올릴 때 단순하면서 강한 피아노 터치가 음악 전체 다이나믹을 끌어올려준다. 단순하면서도 적절한 노트의 사용이 회중들의 마음 문이 열리도록 돕고, 찬양이 상달 되도록 이끈다.
피아노 연주는 다이나믹의 설명을 위한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드럼, 기타, 싱어 등 찬양팀 모두가 다이나믹을 이해하고 필요한 위치에서 적절한 노트를 사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회중들 사이에서 마음문이 열리고, 찬양이 올라가고, 하나님에게 상달되기 까지 찬양팀은 함께 다이나믹을 '차곡 차곡' 쌓아가야 한다. 처음에는 낮게, 그 다음엔 조금 더 활발히, 다이나믹을 최대한 살리는 곳에서는 연주자와 싱어 모두가 흥겹게 찬양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높게 뛰기 위해서는 그만큼 다리를 구부려야 하듯이, 보다 곡이 흥겨워지려면 반대로 곡 안에서 차분한 부분도 필요한 것이다. 찬양팀 모두가 함께 다이나믹을 쌓아 가다 보면 어느세 회중도 마음 문을 열고 하나님에게 흥겨이 찬양 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을 믿는다.